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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I News / May 2024

Sep 19

어느날 아침풍경

“Good morning to you. ~~ Good morning to you~~” ‘후레드다!’ 일에 빠져 있는 내귀에 딩 ~~동 소리와 함께 들려온 옆 대학 직원 후레드의 아침인사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좋은 인상의 덥적부리 아저씨의 자주 바뀌는 독특한 아침인사,이번에는 생일 축하곡에 맞춘 ‘Good morning to you’이었다.

세탁소의 아침은 정신이 없다. 시작하는 하루의 일을 준비하자면 다른 곳에 눈을 돌릴틈이 없이 바쁘기만 하다. 그날따라 셔츠를 찾아가는 손님이 풀기가 너무 강하게나온다는 지적을 했기에 빨래기계에서 물기를 너무 느슨하게 짜졌는가. 점검하고, 다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인가 싶어 프레스 머신에서 시간을 5초 단축도 하여 다시 다려보기도 하면서 일과를 준비하였다. 더 당황스러운 일은 세탁이 모두 완성되어서 나갈 옷을 정리하는데 다른 손님 옷과 바꿔진 옷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따금 일어나는 실수는 가계안을 온통 긴장으로 몰고 간다. 왜 이리 바보짓의 반복인가! 모든 세탁물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전쟁이 따로 없다.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전혀 없다. 마음의 여유는 찾아 볼 엄두도 못 내고 잔뜩 긴장한 체 누군가가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의 자세로 가계 안을 뛰고 있었다.

그런 시간에 들려온 특이한 아침인사는 하던 모든 일을 멈추고 카운터 쪽으로 뛰어가게 만들었다. 수염이 온통얼굴을 덮은 그의 얼굴, 눈에 함빡 웃음과 평안함을 담고 세탁물까지 가슴에 끌어안고 서서 “Good morning dear my friend……” 하며 끝까지 부른다. 꼼짝없이 서서 그의 아침인사를 받아야 했다. 급한 일도 제쳐놓고 그의 아침인사를 받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인사를 마친 그는 세탁물을 던져 주고 “Have nice day!.” 까지 하고 간다. 저 기분으로 하루 종일 학생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겠지. 일 속으로 들어온 나도 허둥대며 일을 시작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실수를 할 것인가. 차분히 여유를 갖고 시작을 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무슨 일인지 밖에서 사이렌소리가 요란하며 불자동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순간 불이 나고 있다는 센디에고 지역의 친구가 궁금하여 안부전화를 하고 싶은 여유까지 생겼다. 전화기 앞으로 막 가는데 딩~~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또 손님이 들어왔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의 주인공 제넷이다. 편안한 얼굴도 특징인 그녀, 차분하기만 목소리에도 흥분기가 묻어있다. “ 하늘 보았니? 오면서 동쪽하늘을 보니 희망이라는 제목이 붙은 듯한 한 장의 카드였어.” 서쪽을 향하고 있는 가계인지라 그녀의 등 뒤로 펼쳐진 하늘로 눈을 돌리니 파란 하늘에 솜구름이 흩어져 있었다. 긴 여름동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가을로 접어들자 구름이 보인 것이다. 하늘로 눈을 돌리게 해 준 그녀가 고맙기만 하다. “ 나 오늘 하늘을 보지 못했는데 나가서 봐야겠구나.” 찾아가는 세탁물을 차에 실어주고 고개를 젓치고 서서 하늘 을 봤다. 수많은 포근한 솜털구름이 널려있는 하늘엔 반쪽달이 어느새 높이 올라온 해님과 숨바꼭질을 하는지 흩어진 구름사이를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고개를 빼고 구름과 달을 보고 있는데 차 한대가 앞에 멎는다.

금발의 날씬한 그레이스이다. 가정에 생긴 어려운 일 때문에 요즈음 예쁜 얼굴이 어두운 그녀였다. 선이 뚜렷한 얼굴에 역시나 진한 슬픈 빛이 깔려있다. 초롱초롱했던 눈도 총기를 잃은 듯했다. 나도 모르게 후레드의 흉내를 냈다. “Good morning to you….”밝아지는 그녀를 향해 “하늘 좀 봐!” 함빡 웃음을 웃는 그녀 “와우! 그림이다. 누가 그려 놨구나!” “누구긴 누구? 하나님이시지. 너와 나를 위하여.”잠시 초롱초롱해지는 그녀의 눈, 그 순간만큼은 슬프지 않았다.

맞아! 그레이스를 위하여 하나님께서 미리 후레드와 제넷을 나에게 보내셨나보다. 빌딩 저쪽 동쪽 하늘에서 햇빛을 등에 지고 있는 구름이 눈부신 흰색의 빛을 뽑아내고 있는 모양이 제넷의 말대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희망을 잃지 마라 상기시켜주시는 한 장의 카드였고 서쪽하늘은 그레이스 말대로 화가의 붓 자국 선명한 그림이었다.

그런 하늘 밑에서 서있는 나도 벌써 전쟁 같은 일상의 일들도 짜증 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재충전 받고 있었다.  2009년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