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onal Drycleaners Institute

JOIN NDI |LOG-IN| KOREAN | ENGLISH

NDI News / May 2024

Mar 27

2009년 3월호 어깨동무의 경쟁자 – 윤효순 (수필가)

어떤 쇼프로에서 태진아씨가 나왔다.
젊은 출연자들과 천자문 개임을 했는데 짐작대로 당연히 나이가 많은 태진아씨가 우승을 했다. 익살스러운 진행자가 쌀 한가마니를 상품으로 타가는 그에게 소감을 물었다. 망설이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이 터져 나오는 말은 “송대관씨라면 어림없었어요.” 이었다.
카메라는 악의가 하나도 없는 태진아씨의 미소 지은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좌중은 폭소가 솟아나왔고 나는 생각에 빠졌다.
왜 거기에서 송대관씨의 한자 실력 없음이 거론 되었을까? 그는 얼마나 마음이 넓은 사람이기에 저런 모욕을 참을 수가 있을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도 있는 말을 하고 있질 않는가! 의아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일로 인해 자꾸만 송대관씨가 ‘네 박자 인생도 모르는 네가 천자문 좀 안다고 우쭐데냐!’라고 응수하며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왜 일까? 그러고 보니 송대관씨도 간혹 그런 농담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두 분은 오랜 세월 같은 풍의 노래로 국민들을 위로 하고 또 사랑을 받고 있다. 강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을 것인데도 서로 공격을 하는 것이 나쁘게 생각되지 않는 것은 그들 사이에 깊은 신뢰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무대에 나와 있으면서도 같이 있지 않은 동료의 이름을 언급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그를 넣어 주는 방법,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는것 같이 사람이 그 친구의 얼굴을 빛낸다는 성경의 말처럼 서로 상대를 빛나게 하는 방법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죽을 때까지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이다.
선의의 경쟁이라지만 치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즈음처럼 심한 취업난은 그것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비슷 비슷한 조건을 갖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때문에 상대의 작은 허점이라도 찾으면 급소를 찾은 맹수처럼 달려들기도 한다. 이기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음은 얼마나 처절한가! 이런 현실 속에서 두 분은 신선한 경쟁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서로 웃음과 애교 있는 행동으로 살짝 상대를 자극하여 상대가 돋보이게 하는 방법, 주먹질이 아닌 어깨동무의 경쟁인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흐뭇함을 맛으로 견주자면 잘 익은 막걸리 맛이요.  곰삭은 젓갈 맛, 늦은 겨울밤 광에서 꺼내온 농익은 홍시 맛이요. 얼음 살짝 낀 식혜의 맛으로 표현하고 싶다.
서로를 이해하며 아끼는 진실한 우정이 없는데 어찌 공공연한 방송에서 천자문도 모를 거라는 단언을 할 수 가 있겠는가. ‘사랑은 아무나하나’ 태진아씨의 노래처럼 진실한 우정나누기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리라.
두 분 오래도록 건강하고 목소리 잘 보존 하여서 국민들을 위로하는 노래뿐 아니라 아름답게 만든 경쟁의 문화를 많은 후손들에게 전달했으면 좋겠다.
‘옥경아!’를 외치듯 부르면서 아내사랑을 표현해준 국민의 가수 태진아씨. 그리고 민족이 모두 잘사는 내일을 위하여 뛰다가 기진하여 주저앉으려 할 때 ‘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로 쳐진 어깨를 다독여 주었던 동기 같은 우리들의 가수 송대관씨가 시카고에 온다고 한다. 반갑고 기쁜 일이다.
다시 한 번 쨍하는 노래를 불러 경기침체로 어두운 시카고의 한인 사회 아니 미주 이민자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